(20201012) 황매산 억새를 만나다
요즘 네비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네비를 이용할 때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확실하게 정하고 갈 일이다.
황석산 산행을 마치고 황매산 산행을 하기 위해 모산재 주차장을 찍으니 60키로가 넘는 거리에 예상 소요시간 1시간 30분으로 나온다. 지도상으로 볼 때는 아주 근거리에 있는 걸로 봤는데 생각보다 먼 거리에다 소요시간도 많이 걸린다.
황석산에서 시간을 예상보다 많이 허비한데다 이동시간까지 예상을 빗나가니 살짝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번에는 꼭 모산재에서 시작하여 정상에 오르려고 하였는데 아무래도 모산재를 경유하게 되면 산행시간에 여유가 없을 것 같다.
모산재 주차장에 거의 도착할 즈음 차를 세우고 황매산 최단코스를 검색해 보니 황매산 영화주제공원과 오토캠핑장 주차장이 나온다. 오토캠핑장 주차장~정상 코스는 이전에 걸어본 경험이 있어 기왕이면 안 걸어본 길로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위치를 확인도 해보지 않고 네비에 영화주제공원을 찍고 차를 돌려 한 참 가다 보니 아무래도 황매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약 6키로 쯤 가다 다시 차를 세워 놓고 지도를 확인해 보니 영화주제공원이 황매산 서쪽 사면에 있는건 맞는데 그곳으로 가려면 처음부터 다른 길로 접근을 했어야 했다. 다시 말하면 황매산~감암산~부암산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는데 처음에 모산재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황매산 동쪽으로 접근했는데 영화주제공원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산능선을 가운데 두고 되돌아 나와 서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거리와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아 오토캠핑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시 네비에 오토캠핑장 제1주차장을 찍고 차를 돌린다. 11키로를 달려 오토캠핑장에 도착하여 서둘러 산행을 준비한다. 시간도 여의치 않은데 뻘짓을 하고 다니느라 시간을 얼마나 허비한겨~~~
우여곡절 끝에 황매산 오토캠핑장 제1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오후 2시가 지나고 있다.
억새로 유명한 명소 답게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토캠핑장 1주차장 상단은 벌써 만차가 되어 주차하지 못하고 캠핑장이 있는 아래쪽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10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어 벌써 억새가 져버리지나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왔는데 최적의 시기는 좀 지난듯 하지만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출렁이는 억새평원을 보니 머나먼 길 뻘짓을 해가며 찾아온 보람이 있어 위안이 된다.
활짝 피어있는 억새와 붉은 길, 파란 하늘이 대비 되어 영화속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황매산은 봄철에는 철쭉, 가을철엔 억새로 많이 알려진 명소이다 보니 정상에 오르기 보다는 가벼운 차림으로 찾아 광활한 황매평전에 피어있는 철쭉과 억새만 둘러 보고 가는 방문객도 많다.
능선위로 올라서자 건너편으로 장군봉에서 이어져 내려온 박덤과 멀리 허굴산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 천천히 올라오니 10분도 되지 않아 능선에 다다른다.
모산재에서부터 시작하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쉬워 모산재로 가는 능선 방향을 돌아보고...
황매산 주능선 방향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황매평전.
오른쪽으로 조금전 출발한 오토캠핑장 주차장이 있다
황매평전을 가득 매운 억새가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활짝 피기 이전의 막 피어나 파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늘의 황매산 억새는 약간 철이 지난듯 하지만 그래도 광활한 평전에서 군락을 이뤄 출렁이는 억새를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산불감시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다 잠시 뒤돌아 보니 안부 사이로 '모산재'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모산재는 높이가 767m로 황매산군립공원내에 자리잡고 있으며, 합천팡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한다.
주민들은 잣골듬이라고도 부르며,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바위산에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특이한데, 모산재의 옆과 뒤에 여러 개의 고개가 있고 재와 재를 잇는 길 가운데에 산이 위치한 탓에 산보다는 재로 인식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황매평전 출렁이는 억새밭 너머로 황매산 정상~삼봉~삼각점봉~상봉~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오늘과 같은 날은 하늘과 땅이 맛닿은 지점에 서 있으면 그냥 모델이 될 수 있겠다
황매산 철쭉제단
저 멀리 하늘계단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베틀봉이 보인다
걸어왔던 길 뒤돌아 보니 멀리 박덤과 허굴산 그리고 모산재가 눈에 들어온다
베틀봉에서 뻗어나온 능선은 남쪽으로 감암산과 부암산으로 이어진다
하늘계단과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는 베틀봉
황매산은 크게 보면 능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억새군락, 서쪽은 철쭉군락으로 양분되어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출렁이는 은빛 억새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무르익게 한다
장군봉 능선과 허굴산 조망
감암산과 부암산 방향
황매산 정상~삼봉~삼각점봉~상봉
베틀봉 정상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산객들의 모습이 한 없이 여유롭다
베틀봉 정상에서의 조망
허굴산, 모산재 방향
감암산, 부암산 방향
황매평전과 황매산 정상~상봉 능선
정상으로 이동하면서 뒤돌아 본 베틀봉
왼쪽부터 황매산 정상~삼봉~삼각점봉~상봉
예로부터 합천 지방은 수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온화하였다.
황매산(黃梅山)의 황(黃)은 부(富),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여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뜻하여 황매산에 들어오면 굶어죽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황매산은 정상부 암릉구간을 제외하면 어린아이들도 쉽게 거닐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지점을 베틀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 옆에 있는 위의 봉우리를 베틀봉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도가 높아 보이는 위의 봉우리를 베틀봉으로 봄이 맞을 것 같다.
베틀봉
은빛물결 출렁이는 황매평전
이런 날에는 하늘과 맛닿은 지점에 그냥 서 있으면 모델이 되고, 그림이 된다
황매산성의 흔적만...
황매산 제단...구(舊) 제단인 듯
베틀봉과 황매산성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계단
정상에 오르는 계단에서 보는 황매평전
덕만주차장 방향
계단위 조망바위에서 본 황매산 정상
조금전 정상을 조망하였던 암봉 우측으로 오늘 오면서 찾아가려다 뻘짓을 했던 영화주제공원 주차장이 보인다
황매산 정상
황매산(黃梅山)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있는 높이 1,108m의 산으로, 가야산(1,430m)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과거에는 정상석이 비좁은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위험하였는데 바위 아래 널찍한 공간에 정상석을 새로 세워 놓았다.
정상에는 이제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산객들이 없이 한적하다. 하긴 해가 짧아졌으니 나도 서둘러 하산할 시간이다.
삼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정상부 능선
삼봉~삼각점봉~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기회가 된다면 모산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베틀봉~정상~상봉~장군봉~박덤을 경유하여 주차장에 이르는 환종주를 해보고 싶으나 이제는 체력과 기회가 주어질는지...
예전에는 자주 찾지 않은 산에 와서 산세가 마음에 들면 '다음에 계절을 바꾸어 다시 찾아 와야지!' 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껴 '여기를 다음에 다시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해진다.
이 기분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카메라 바위 위에 올려 놓고 사진놀이...
오늘 산행한 황석산이나 황매산이나 정상이 비좁고 평탄치 않아 혼자서 사진놀이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15:58
정상에서 덕만주차장 방향을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무려 35분 동안 혼자서 머무르다 간다. 황매산 정상이 이렇게 한가할 때가 언제 있었을까? 그것도 억새철에...
황매평전
주차장에 도착하니 탐방객들이 거의 가고 한산하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1일 2산 하느라 여의치 않은 시간으로 찾은 황매산 억새산행
처음부터 어수선하고 바쁘게 진행한 산행이었지만 광활한 황매평전에 출렁이는 은빛 억새를 만끽하며 나름 만족스런 산행을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제 다시 200키로 거리의 나주 고향집으로 달린다. 소요시간 2시간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