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6) 월정사 전나무숲길
월정사 전나무숲길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강원도 평창의 유명한 천년 고찰 월정사의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의 길을 말한다.
전체 길이 약 1km정도의 짧은 길이지만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가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숨을 쉴 때마다 상쾌함을 즐길 수 있다.
이 전나무 숲은 천 년 이상 월정사를 지켰다 하여 '천년의 숲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월정사 경내를 대충 돌아보고 천왕문을 나서자 길 옆에 붉게 물든 단풍이 서있다. 아마 이 날 본 단풍 중 가장 싱싱한? 단풍이었으리라.
월정사 전나무숲은 이곳에서부터 일주문까지 약 1km정도 이어진다.
소나무과의 상록수인 푸른 전나무 사이사이로 울긋불긋 단풍이 햇빛을 받아 화려하다.
사실 단풍은 절정기를 지나 많이 시들었다. 1주일만 앞당겨 왔더라면 더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집에서 비교적 멀지 않고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이따금 들르는 곳이다.
이 길을 처음 접해 본 것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1976년 봄)이니 벌써 43년전의 일이다.
이곳 전나무의 평균 수명이 80여년 정도 된다고 하는데 40년 전의 숲이 지금보다 훨씬 더 울창하고 아름드리 고목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걸로 보면 40여년의 세월 동안 오래된 전나무들은 대부분 고사되었나 보다.
산이래야 고작 2,3백미터급의 산만 있는 나주에서 태어난 나는 당시 강원도 지역의 고산준봉과 울창한 숲, 그리고 그 숲 속에서 뛰노는 (한 번도 실물을 본 적이 없던) 다람쥐와 같은 야생동물을 보고 무척이나 신기했었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하였던 이 곳이 전나무 숲이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고 한다.
'고려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부처에게 공양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졌다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산신령이 공양을 망친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9그루에게 절을 지키게 했는데
그 뒤부터 이곳은 전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실제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월정사를 지키게 되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있다
전나무는 열매에서 젓과 같은 흰 액체가 나온다 해서 '젓나무'라고도 한다
전나무는 습기가 많은 땅을 좋아하는데 다른 나무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한데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소나무과 전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로는 전나무 이외에 분비나무, 구상나무, 일본전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다.
<전나무>


<구상나무>


<분비나무>

<일본전나무>

슬렁슬렁 걷다보니 월정사로 들어가는 첫번째 문인 일주문이 나온다.
차를 문밖 월정사 성보박문관 주차장에 두었기 때문에 한 참을 더 내려가야 한다.
일주문밖 도로변에도 아름드리 전나무가 많이 있다
군데군데 고운 빛깔의 단풍도 많이 눈에 띈다
고목은 어린 나무에 자리를 내어주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연현상이 어찌보면 우리내 인생과도 흡사하다
오전 8시경 진고개에서 시작한 동대산~선재길~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거쳐 오후 3시가 다 되어 성보박물관에 도착함으로써 마무리한다.
비록 시기를 놓쳐 화려한 단풍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걷고 싶었던 길을 걸으며 저물어 가는 가을 기분을 만끽한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