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2) 광양 백운산(2-1)
지난번(2주전) 부산 금정산에 이어 이번에도 원거리 산행으로 전남 광양의 백운산으로 갑니다.
백운산은 수원에서 약 250km쯤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4440여개 산 중 흰 백(白)에 구름 운(雲)을 쓰며 '백운(白雲)'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산은 36여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4곳의 백운봉과 1곳의 백운대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쓰는 同名異山은 전국 31곳이나 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산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중 전남 광양 백운산(白雲山, 1222m)은 강원도 정선 백운산(1426m), 경남 함양 백운산(1278m)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정선 동강 백운산(882.4m)과 경기 포천 백운산(903.1m)을 포함해 5대 백운산(白雲山)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런것도 순위를 매겨 놓는 군요.^^
전남에 있는 봉우리 중에서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지리산 노고단(1,507m) 다음으로 높은 산이 광양 백운산(1216.6m)입니다.
전국 각지의 백운산들 중에서도 최고는 빼어난 조망미와 원시림을 갖춘 광양 백운산을 꼽는다고 하는데...내가 다녀본 곳 중에 기억나는 백운산은 광양 백운산, 포천 백운산, 동강 백운산, 함양군 백전면의 백두대간 상의 백운산, 의왕 백운산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광양의 백운산이 최고로 빼어난 백운산인지는 잘 모르겠네요.ㅎㅎ
오전 10시 50분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 진틀 (병암계곡입구) 들머리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아침 5시에 집에서 나와 5시 30분에 산악회 버스를 탔으니 고속도로휴게소에 들른 시간을 포함하여 이동시간만 5시간 20분이 걸린 셈입니다.
산행시간이 편도 이동시간만큼이나 걸릴라나?
항상 해오던 것처럼 주차장에서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전에 오늘 오르게 될 백운산 능선을 가늠해 봅니다.
내려오면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미세먼지가 심하여 가까이에 있는 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였는데 다행히 백운산 입구에 도착하니
그나마 날씨가 조금은 깨끗해진 것 같습니다.
가을 단풍철임에도 오늘 백운산 들머리(진틀마을)는 조용합니다. 아마도 우리 말고는 이곳으로 백운산을 찾는 단체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실지 산행 들머리인 병암산장까지 약 700여 미터를 아스팔트 포장길로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지난주말에 단풍에 대한 기대를 한껏 안고 오대산(동대산)에 갔다 단풍잎이 다 떨어져 폭망했던 것과는 다르게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에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잎들을 보면서 벌써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백운산 초입 병암계곡의 단풍은 이렇게 이제 물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단풍이 물들어 가는 계곡 사이로 떨어지는 가는다란 폭포의 모습이 한층 더 분위기를 가을스럽게 만드는 것 같네요.
아~ 이게 무슨 꽃이더라~ 꽃 이름은 맨날 보고 외워도 또 다시 보면 가물가물! 외워도 그 때 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꽃잎 사이로 보는 ... 나는 이런 그림을 참 좋아합니다.
뭔가 아련하게 보이는 이런 그림...ㅎ
단풍과 女心! 함께한 님들 길가에 유난히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로 우루루 몰려가 첫 번째 인증사진을 남겨 봅니다.
진틀주차장에서 대략 10여분 걸려 병암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봄에 찾았을 때는 병암산장 앞을 노랗게 불들였던 산수유가 이제 빨간 열매를 달고 잎은 누렇게 변해가고 있네요.
실질적인 산행은 이곳 병암산장을 우회하여 지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정상까지 2.7km
약 250km를 5시간을 넘겨 달려온 열성에 비해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다시 올라가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이만큼만 하고 올라가도 집에가면 밤 12시가 가까워 질테니까요.ㅎ
가을꽃들이 등로변에 소담스럽게 피어있습니다.
병암산장을 지나 조금 오르면 명품 소나무가 나오는데... 우리님들 또 그냥 못지나가지요?ㅎ
오늘은 우리팀 외의 다른 산행팀이 없어 저물어가는 가을을 느끼면서 오랫만에 한가롭게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진틀마을 입구 도로에서 백운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3.3km면 왕복해도 7km가 채 안되는군요.
오늘은 숫가마터가 있는 진틀삼거리에서 바로 정상으로 올라 신선대를 경유하여 하산할 예정인데, 하산 후 트랭글상의 거리로는 7.7km가 찍혀
있었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단풍잎은 누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백운산 단풍은 빨강보다는 노랑단풍이 주류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익어가면 빨강으로 변해지려나?ㅎ
오늘은 명산산행팀을 꾸린 이후로 가장 적은 인원이 산행에 참석하였습니다.
각자 개인적인 사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지난번 부산 금정산에 이어 오늘 광양 백운산까지 연이은 원거리 산행이 부담스러워 결원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사실 나도 이곳 백운산이 100명산 인증을 마친 곳이고, 감기몸살끼도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이웃집에 혼사가 있어 예식장에 가야하는데.. 결원이 너무 많아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를 망설이다 불참 통보 타이밍을 놓친것 같아 어쩔수 없이 참석하게 되었지요.
참석율이 저조하여 아쉽기는 하지만 한적하게 가을산행을 즐기기에는 소수 인원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의 개잎갈나무(히말리아시다)숲을 지납니다.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은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에 위치하는데
백운산은 일제강점기에 도쿄대가 학술림으로 사용하다 일본 패망 후 1946년부터는 경성제국대학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아 서울대가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잎갈나무숲을 지나 숫가마터까지는 너덜길이 이어집니다.
등로옆으로 얼기설기 걸려있는 줄은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하는 줄이라고 합니다.
백운산 고로쇠약수는 일명 "골리수"라고 불리는데 통일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오랜 참선 끝에 일어서려 하였으나 무릎이 펴지지 않자 곁에 있는 나무를 잡고 일어서다가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을 받아먹고 곧장 무릎이 펴졌다하여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의미의 골리수(骨利水)라
부르다 뒤에 음운변화에 따라 '고로쇠'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삼국시대에 적군에 쫓긴 백제 병사들이 백운산을 넘어 목말라 하던중에 고로쇠 나무에서 흐르는 약수를 마시고 원기를 회복하여 적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한다고 합니다.
약수제례는 남도의 영산인 백운산 산신에게 고장의 안녕과 발전, 그리고 고로쇠약수가 풍성하게 나오기를 기원하는 전통제례로 술대신 고로쇠
약수를 제단에 올린다고 합니다. 고로쇠 수액은 마그네슘, 칼슘, 자당 등 여러 종류의 미네랄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관절염은 물론, 이뇨,
변비, 위장병, 신경통, 습진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위로 올라갈 수록 단풍이 노랑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군요.
초두에 백운산 단풍은 빨강 보다는 노랑단풍이 주류를 이룬것 같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덜 익어서 그랬었나 봅니다.ㅎ
서어나무.
백운산에는 유난히 서어나무와 노각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올 들어 처음 단풍다운 단풍숲을 걷다보니 산행속도는 느려지고 사진 수는 늘어만 갑니다.ㅎ
꿈길...
화려한 자연에 취해 발길을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기 위해서는 우선 나무가 건강해야 되고, 기후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기후조건이 맞으려면 날씨가 좋아야 하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야 하고, 적정량의 비가 와야 된다는 군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도 하고, 9월말 불어닥친 잦은 태풍에 올해는 전반적으로 단풍이 곱지 않다고 하는데 백운산만은 예외인 것 같습니다.
실지로 올 가을 들어 지금까지 다녀본 곳 중에서는 제대로 화려하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지 못했지요.
그래서 오늘 백운산에 올 때도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운좋게 대박을 쳤네요.ㅎ
오늘 단풍 너무 아름답습니다.
사실 단풍이 좋은 해라고 해도 시기적으로 딱 맞춰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는 쉽지 않지요.
덜해도 안되고, 지나쳐도 안되고...
더구나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여 사용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지요.
단풍잎이 낙엽으로 변하여 떨어지는 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더군요.
지난번 오대산에 갔을 때도 그 전 주에 절정의 단풍을 보고왔다는 소릴 듣고 갔었는데 1주일새 단풍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삭막한 늦가을 모습만 접하고 왔었지요.ㅎ
뭐 바쁠게 있나요? 흔치않은 기회 잡았으니 오늘 단풍에 흠뻑 취해 보자구요~ㅎ
우린 지금 산행이 아니라 꿈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라면 하루종일 걸어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산행이여?
아니여!
그럼 머시여?
꿈길이여!
요즘 유행하는 건배사 버전으로 오늘의 기분을 표현해 봅니다.ㅎ
숯가마터가 있는 진틀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진틀주차장에서부터 슬렁슬렁 1시간 정도 걸어온 것 같군요.
예전 백운산 자락에 기대고 살던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에 자생하는 참나무를 베어 숯을 구어 내다 팔며 생활하였다고 합니다.
이 곳의 숯가마터는 백운산의 높은 경사지의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여 석축을 쌓아 만든 것으로 1920년~1970년대까지 약 50여년간 백운산의
참나무를 이용하여 전통방식으로 숯을 구었다고 합니다. 보통 숯 작업은 1주일 이상 불을 지펴야 하는데, 이때 원목의 30% 정도만 숯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오늘은 소수 인원만 참석하여 선두, 후미 구분없이 한꺼번에 모아 가는 덕분에 단체사진도 남겨봅니다.
평소에 비하면 정말 조촐하지만 더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ㅎ
이곳 진틀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면 신선대를 거쳐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우측길로 가면 바로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우리는 우측길을 선택하고 하산할 때 신선대를 거쳐 내려오기로 합니다.
숯가마터를 지나면서부터는 오르막 경사가 다소 가파르게 이어지네요.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길이라면 등로의 난이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요.
대개의 경우 단풍으로 이름난 산이라도 화려한 단풍은 식생하는 나무의 분포도나 높이에 따른 기온차에 따라 일부 지역에 한정하여 볼 수 있는데 반하여 이 곳 백운산은 산의 하단부에서 거의 상층부까지 화려한 새깔을 잃지 않고 있네요.
그 동안 단풍에 굶주려 있던 마음이 일거에 해결 되는것 같네요. 이번 산행으로 올 해 단풍과는 아듀를 친다고 하더라도 미련이 남을 것 같지
않습니다.
백운산이 지역적으로 먼 곳에 있기 때문이었을까? 가을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하긴 알았더라도 너무 멀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으니...
백운산의 단풍은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에서 식생하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좋습니다.